교토 후시미 이나리 신사 새벽 방문기: 붉은 도리이 완주 루트



일본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수천 개의 붉은 도리이(기둥문)로 유명한 명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낮 시간대에 방문하지만, 새벽 시간대에 이 신사를 찾으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기준 새벽 방문 시 꿀팁과 붉은 도리이 루트를 따라 정상까지 완주하는 방법, 소요 시간과 체력 난이도, 그리고 꼭 알아두어야 할 유의사항까지 자세히 정리하였습니다. 사람 없는 조용한 경내를 걷고 싶은 여행자라면 꼭 참고해야 할 실전 가이드입니다.
조용한 붉은 길을 걷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새벽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伏見稲荷大社)는 일본 교토에 위치한 전국 이나
리 신사의 총본산입니다. 이 신사는 상업 번창과 농업 수확의 신인 '이나리신'을 모시는 곳으로, 가장 큰 특징은 산 전체를 감싸고 이어지는 수천 개의 붉은 도리이(鳥居)입니다. 이 길은 도리이 터널이라고도 불리며, 사진과 영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교토 풍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는 오전 9시 이후에 몰리기 시작하고, 인파가 많아지면 사진 찍기도 어렵고 도리이의 연속적인 구도를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벽 방문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후시미 이나리는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아침 5시 이전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이른 시간대에는 관광객은 거의 없고, 지역 주민이 조깅하거나 산책하는 정도입니다. 2025년 4월의 어느 날, 이른 새벽 4시 30분.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시간, 이나리역에서 내려 신사까지 도보로 5분을 걸었습니다. 입구에서 제등이 켜진 붉은 도리이 라인을 마주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건함과 적막감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새벽에 걸은 붉은 도리이 루트의 전경과 완주 과정을 정리하고, 후시미 이나리를 계획 중인 여행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을 공유합니다.
도리이 루트 완주 방법과 유의사항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도리이 루트는 총 약 4km로, 이나리산을 한 바퀴 도는 순환형 구조입니다. 입구에서 시작해 오모카루이시 돌(무게로 소원을 점치는 돌), 오쿠노미야 신사, 야쓰츠지(팔거리) 분기점, 정상부까지 이어집니다. 이 중 많은 여행자가 오쿠노미야까지만 걷고 돌아가지만,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완주'를 원하는 경우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도리이 구간은 오르막과 계단이 반복되며, 중간 중간에 전망 포인트가 있지만 대부분은 숲 속을 걷게 됩니다. 따라서 이왕이면 새벽 방문 시 헤드랜턴을 챙기거나, 핸드폰 플래시를 켜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야쓰츠지 이후부터는 가로등이 거의 없으며, 비 오는 날에는 돌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정상부에는 간단한 비석과 작은 신사가 있으며, 후시미 구역과 교토 시내가 멀리 내려다보입니다. 날씨가 맑다면 일출 전후에 도달하는 것이 최고의 타이밍입니다. 도중에 자판기나 휴게소는 거의 없으므로, 물과 간단한 간식은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정식 신사 경내이므로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음식물을 먹는 행위는 자제해야 하며, 사진을 찍을 때도 삼각대 사용은 지양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후시미 이나리역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왕복한 뒤, 다시 역으로 돌아오니 약 2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돌아올 즈음엔 오전 6시 30분, 신사 입구에 관광버스가 하나 둘씩 도착하고,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조금 더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혼자 걷는 새벽, 붉은 기둥 사이의 명상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붉은 도리이 터널을 걷는 일은 단순한 산책이나 관광을 넘어서는 경험입니다. 특히 새벽 시간대에 혼자서 이 길을 걸을 때는, 그 공간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도리이 하나하나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이 기둥들로 이루어진 길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신성한 연결의 상징입니다. 사람 없는 이른 아침에 걷는다는 것은 풍경을 독점한다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새소리, 발자국 소리, 이슬 내린 숲의 냄새 등 모든 감각이 선명해지고, 그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완주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어디쯤 걷고 있는가’를 느끼며 걷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급하게 오르거나 정상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중간에 놓치는 감정과 풍경이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교토 여행에서 단 하나의 명소만 방문할 수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곳을 추천합니다. 그중에서도 “사람이 없는 시간, 조용히 걷는 이 붉은 길”은 교토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후시미 이나리의 도리이는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습니다. 누군가의 소망을 등에 지고, 오늘도 또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